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이 전 장관 서재의 모습.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소파로 꾸며진 거실(위 사진)과 7대의 컴퓨터가 놓인 커다란 책상이 있는 집필실(아래)로 이뤄진 이곳에서 이 전 장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읽고 썼다.
아내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집필실이자 자기 표현한 화실
이 곳서 책 읽고 쓰다 돌아가셔
기념관 만드는 대신 서재 공개”
“이어령 선생에게 서재는 생활의 전부였지요. 집필실이자 자기를 표현한 화실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쓰다 눈을 감으셨어요.”(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시대의 지성’이라 불린 고 이어령(1934~2022) 전 문화부 장관의 서재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6400여 권의 책과 7대의 컴퓨터, 의외의 아기자기한 면을 보여주는 작은 인형들까지. 창작의 산실이자, 고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의 서재엔 ‘이어령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 2층 서재에서 만난 이 전 장관의 아내인 강인숙(90·사진) 영인문학관장은 “생전에 (이어령) 선생과 기념관을 만드는 대신 서재만 공개하기로 이야기를 했다. 오랜 기간 준비한 끝에 이번에 서재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재는 커다란 탁자와 소파 등으로 꾸며진 거실과 큰 책상이 놓인 집필실로 나뉜다. 집필실에 놓인 널따란 책상에는 7대의 컴퓨터가 놓여있다. “책을 쓸 때 여러 모니터에 참고 문헌들을 한꺼번에 띄워놓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컴퓨터가 7대로 늘어났죠. 이 안에 자료들이 많은데 양이 너무 방대해 그것들은 아직 다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책들은 사전은 사전끼리, 고전은 고전끼리 종류에 따라 깔끔히 정리된 모습이다. 언어와 심리, 문화, 그리고 과학까지 두루 섭렵했던 고인의 서재답게 여러 분야를 망라한다. 곳곳에는 인용할 부분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 부분들도 눈에 띈다. “저도 이곳의 책은 건드리지 못했어요. 선생 나름대로 표시해두고 정리해둔 것이어서 건드리면 큰일이었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휠체어를 탄 채로 선생이 직접 책들을 정리하셨어요.”
암 투병을 하던 이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26일 집필실에 놓인 병원용 간이침대에서 임종을 맞았다. 집필실 한편엔 평소 고인이 챙겨 먹었던 영양제가 한가득이다. 강 관장은 “아프시고 나서는 쓸 게 많다면서 새벽 2시까지 서재에서 매일 글을 썼어요. 빨리빨리 다 써야 한다고요. 간이침대를 가져다 두고 쉬다 쓰다 하셨습니다.”
서재엔 날카로운 지성인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귀여운 소품들도 놓여있다. 코끼리 모양의 작은 조각상, 곰인형, 돌 무렵의 손주 사진이 담긴 조그마한 액자 등이다.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스탠드 등 최신 기기들도 눈에 띈다. 강 관장은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면 그때 그때 바로 구해 사용하셨다. 모든 신기한 것들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지난 1월 낸 책 ‘글로 지은 집’(열림원)에서 “이 전 장관에게 서재를 만들어준 때가 세상에 나서 가장 기뻤던 때”라고 이야기했다. 작가 부부에게 각자의 서재는 무엇에 비할 수 없이 소중했을 터, 그런 서재를 일반에 공개한 소감을 물었다. 강 관장은 “아직도 서재에 올라오면 선생이 계실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면서 “이곳을 둘러보고 가는 관람객들은 자신의 서재를 생각했으면 한다. 자신만의 서재를 어떻게 만들고 꾸밀지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의 서재 관람은 영인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인들의 일상탐색 2023’(10월 6~31일) 전시와 함께 진행되며,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문인들의 일상탐색 2023’ 전시에서는 김훈의 몽당연필, 박경리의 재떨이 등 문인들의 애장품과 육필원고 등이 공개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책 6400권· 컴퓨터 7대…‘창작의 산실’ 故 이어령 서재 첫 공개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2 11:40
프린트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이 전 장관 서재의 모습.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소파로 꾸며진 거실(위 사진)과 7대의 컴퓨터가 놓인 커다란 책상이 있는 집필실(아래)로 이뤄진 이곳에서 이 전 장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읽고 썼다.
아내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집필실이자 자기 표현한 화실
이 곳서 책 읽고 쓰다 돌아가셔
기념관 만드는 대신 서재 공개”
“이어령 선생에게 서재는 생활의 전부였지요. 집필실이자 자기를 표현한 화실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쓰다 눈을 감으셨어요.”(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시대의 지성’이라 불린 고 이어령(1934~2022) 전 문화부 장관의 서재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6400여 권의 책과 7대의 컴퓨터, 의외의 아기자기한 면을 보여주는 작은 인형들까지. 창작의 산실이자, 고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의 서재엔 ‘이어령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 2층 서재에서 만난 이 전 장관의 아내인 강인숙(90·사진) 영인문학관장은 “생전에 (이어령) 선생과 기념관을 만드는 대신 서재만 공개하기로 이야기를 했다. 오랜 기간 준비한 끝에 이번에 서재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재는 커다란 탁자와 소파 등으로 꾸며진 거실과 큰 책상이 놓인 집필실로 나뉜다. 집필실에 놓인 널따란 책상에는 7대의 컴퓨터가 놓여있다. “책을 쓸 때 여러 모니터에 참고 문헌들을 한꺼번에 띄워놓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컴퓨터가 7대로 늘어났죠. 이 안에 자료들이 많은데 양이 너무 방대해 그것들은 아직 다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책들은 사전은 사전끼리, 고전은 고전끼리 종류에 따라 깔끔히 정리된 모습이다. 언어와 심리, 문화, 그리고 과학까지 두루 섭렵했던 고인의 서재답게 여러 분야를 망라한다. 곳곳에는 인용할 부분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 부분들도 눈에 띈다. “저도 이곳의 책은 건드리지 못했어요. 선생 나름대로 표시해두고 정리해둔 것이어서 건드리면 큰일이었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휠체어를 탄 채로 선생이 직접 책들을 정리하셨어요.”
암 투병을 하던 이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26일 집필실에 놓인 병원용 간이침대에서 임종을 맞았다. 집필실 한편엔 평소 고인이 챙겨 먹었던 영양제가 한가득이다. 강 관장은 “아프시고 나서는 쓸 게 많다면서 새벽 2시까지 서재에서 매일 글을 썼어요. 빨리빨리 다 써야 한다고요. 간이침대를 가져다 두고 쉬다 쓰다 하셨습니다.”
서재엔 날카로운 지성인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귀여운 소품들도 놓여있다. 코끼리 모양의 작은 조각상, 곰인형, 돌 무렵의 손주 사진이 담긴 조그마한 액자 등이다.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스탠드 등 최신 기기들도 눈에 띈다. 강 관장은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면 그때 그때 바로 구해 사용하셨다. 모든 신기한 것들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지난 1월 낸 책 ‘글로 지은 집’(열림원)에서 “이 전 장관에게 서재를 만들어준 때가 세상에 나서 가장 기뻤던 때”라고 이야기했다. 작가 부부에게 각자의 서재는 무엇에 비할 수 없이 소중했을 터, 그런 서재를 일반에 공개한 소감을 물었다. 강 관장은 “아직도 서재에 올라오면 선생이 계실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면서 “이곳을 둘러보고 가는 관람객들은 자신의 서재를 생각했으면 한다. 자신만의 서재를 어떻게 만들고 꾸밀지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의 서재 관람은 영인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인들의 일상탐색 2023’(10월 6~31일) 전시와 함께 진행되며,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문인들의 일상탐색 2023’ 전시에서는 김훈의 몽당연필, 박경리의 재떨이 등 문인들의 애장품과 육필원고 등이 공개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