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호미와 해산바가지, 박경리의 재떨이, 김훈의 몽당연필...
문학은 삶의 토털리티를 재현하는 장르여서, 분류하고 남는 특수자료들이 생겨난다.
박완서의 해산바가지는 그의 생명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물이다. 박경리의 담배는 세상을 향한 그의 분노와 그것의 초극으로 이어진다. 김훈의 몽당연필은 한 작가의 집필 모드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작지만 작가의 혼이 담긴 물건들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위: 박경리의 재떨이와 과자 접시
가운데: 박완서의 해산바가지
아래: 소설가 김훈의 애장품. 자전거와 거울, 몽당연필. 사진=영인문학관 제공
영인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육필원고, 서화자료, 애장품, 희귀도서를 공개하는 <문인(文人)들의 일상 탐색 2023> 전시회가 10월 6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일요일ㆍ월요일 휴관)이다.


위: 시인 김안서 민요시집 〈금모래〉 원고 묶음
아래: 김안서의 시 ‘방랑의 저녁’
2007년 개최했던 <문인들의 일상 탐색> 이후 16년만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특수자료전을 세상에 공개한다. 이번에도 희귀성 중심으로 일을 진행했다.
우선 육필원고는 1930년에서 1950년 사이의 것만 다루었다. 70년 전의 자료들은 사람처럼 노쇠하여 부스러지므로 보존하는 방법 그 자체로 전시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원본은 전시 상자에, 벽에는 복사본을 걸기로 했다.


위: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여성》 1938년, 서영은 기증
아래: 소설가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 초고 노트
전시 자료는 이상의 <오감도, 1931년>. 김억 <금모래, 1925년>, 백석 <나타샤와 흰당나귀와, 1938년>, 주요한 <빗소리, 1979년>, 조병화 <이어령 결혼 축시, 1958년>. 홍효민 <나도향론, 1979년> 등이다.
작가들의 초고와 메모로는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 초고 노트가 대표적이다. 조정래, 박범신, 호영송, 이균영, 이수익 등의 자료와 개화기 김옥균의 한시, 김영태 시인이 마종기 시인에게 보낸 그림을 곁들인 카드 등도 전시되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연재소설과 평론 스크랩으로 이광수의 <이순신, 1931년>, 윤백남의 <대도전, 1930년>, 임화의 <조선 신문학사, 1939년>가 전부 묶여 있는 스크랩북도 선보인다.



위: 김동리의 〈우록첩 즉사록〉
가운데: 이균영의 초고원고
아래: 김채원의 〈거울속의 샘물〉 시나리오
애장품은 춘원의 영문 미니 성경(복제품)을 빼면 연대가 더 젊어진다. 거기에는 모윤숙, 박현숙의 현판과 김세종의 삽화 병풍 같은 대형 유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김동리, 최정희, 김규동, 전숙희, 김남조 외에 60ㆍ70년대 작가들의 소장품이 한두 개씩 포함되어 있다.

1958년 10월 23일 이어령 강인숙의 결혼식 때 조병화 선생님이 읊어주신 “축혼가”의 육필이다.
자료의 특수성을 나타내는 항목이 많은데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
• 이어령ㆍ강인숙 결혼식 때에 받은 축혼 시 원고(시인 조병화)와 문인들의 경조사 문건
• 1950년대 대학에서 썼던 사제(私第) 대학교재
• 워드프로세서 ‘르모’Ⅰ, Ⅱ
• 미셸 뷔토르와 화가 이성자가 함께 만든 서화집
• 게오르규 강연 포스터와 외국 작가들의 육필 서명과 편지
• 국수호의 의상과 김덕수의 징



위: 소설가 정비석이 최일남의 결혼식에 보낸 축의금 봉투와 내역서, 1958년
가운데: 정공채의 현대문학상 상장
아래: 시인 김남조 선생님에게 보낸 《여성계》의 원고청탁서. “좀 늦어도 된다”는 글이 눈에 띈다. 청탁자는 수필가 조경희 선생님. 부산 피난시절의 것이다
처음으로 이어령 선생의 강의 노트를 전시한다. 나정순과 신선희씨가 간직했던 이대 학창시절의 강의 노트다. 강의 제목은 〈현대수사학〉, 〈현대시록〉 등이다.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의 말이다.
"전시 준비를 서두르다 보니 미처 도록에 넣지 못한 자료들도 전시하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추석의 긴 연휴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도록을 남기기 위해 영인문학관 소장품 위주로 한 것도 아울러 알려드린다. 이런 귀중한 자료들을 기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전시] 영인문학관, <문인들의 일상탐색 2023년>전... 10월말까지
육필원고, 서화자료, 애장품, 희귀도서 공개
글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박완서의 호미와 해산바가지, 박경리의 재떨이, 김훈의 몽당연필...
문학은 삶의 토털리티를 재현하는 장르여서, 분류하고 남는 특수자료들이 생겨난다.
박완서의 해산바가지는 그의 생명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물이다. 박경리의 담배는 세상을 향한 그의 분노와 그것의 초극으로 이어진다. 김훈의 몽당연필은 한 작가의 집필 모드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작지만 작가의 혼이 담긴 물건들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위: 박경리의 재떨이와 과자 접시
가운데: 박완서의 해산바가지
아래: 소설가 김훈의 애장품. 자전거와 거울, 몽당연필. 사진=영인문학관 제공
영인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육필원고, 서화자료, 애장품, 희귀도서를 공개하는 <문인(文人)들의 일상 탐색 2023> 전시회가 10월 6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일요일ㆍ월요일 휴관)이다.
위: 시인 김안서 민요시집 〈금모래〉 원고 묶음
아래: 김안서의 시 ‘방랑의 저녁’
2007년 개최했던 <문인들의 일상 탐색> 이후 16년만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특수자료전을 세상에 공개한다. 이번에도 희귀성 중심으로 일을 진행했다.
우선 육필원고는 1930년에서 1950년 사이의 것만 다루었다. 70년 전의 자료들은 사람처럼 노쇠하여 부스러지므로 보존하는 방법 그 자체로 전시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원본은 전시 상자에, 벽에는 복사본을 걸기로 했다.
위: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여성》 1938년, 서영은 기증
아래: 소설가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 초고 노트
전시 자료는 이상의 <오감도, 1931년>. 김억 <금모래, 1925년>, 백석 <나타샤와 흰당나귀와, 1938년>, 주요한 <빗소리, 1979년>, 조병화 <이어령 결혼 축시, 1958년>. 홍효민 <나도향론, 1979년> 등이다.
작가들의 초고와 메모로는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 초고 노트가 대표적이다. 조정래, 박범신, 호영송, 이균영, 이수익 등의 자료와 개화기 김옥균의 한시, 김영태 시인이 마종기 시인에게 보낸 그림을 곁들인 카드 등도 전시되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연재소설과 평론 스크랩으로 이광수의 <이순신, 1931년>, 윤백남의 <대도전, 1930년>, 임화의 <조선 신문학사, 1939년>가 전부 묶여 있는 스크랩북도 선보인다.
위: 김동리의 〈우록첩 즉사록〉
가운데: 이균영의 초고원고
아래: 김채원의 〈거울속의 샘물〉 시나리오
애장품은 춘원의 영문 미니 성경(복제품)을 빼면 연대가 더 젊어진다. 거기에는 모윤숙, 박현숙의 현판과 김세종의 삽화 병풍 같은 대형 유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김동리, 최정희, 김규동, 전숙희, 김남조 외에 60ㆍ70년대 작가들의 소장품이 한두 개씩 포함되어 있다.
1958년 10월 23일 이어령 강인숙의 결혼식 때 조병화 선생님이 읊어주신 “축혼가”의 육필이다.
자료의 특수성을 나타내는 항목이 많은데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
• 이어령ㆍ강인숙 결혼식 때에 받은 축혼 시 원고(시인 조병화)와 문인들의 경조사 문건
• 1950년대 대학에서 썼던 사제(私第) 대학교재
• 워드프로세서 ‘르모’Ⅰ, Ⅱ
• 미셸 뷔토르와 화가 이성자가 함께 만든 서화집
• 게오르규 강연 포스터와 외국 작가들의 육필 서명과 편지
• 국수호의 의상과 김덕수의 징
위: 소설가 정비석이 최일남의 결혼식에 보낸 축의금 봉투와 내역서, 1958년
가운데: 정공채의 현대문학상 상장
아래: 시인 김남조 선생님에게 보낸 《여성계》의 원고청탁서. “좀 늦어도 된다”는 글이 눈에 띈다. 청탁자는 수필가 조경희 선생님. 부산 피난시절의 것이다
처음으로 이어령 선생의 강의 노트를 전시한다. 나정순과 신선희씨가 간직했던 이대 학창시절의 강의 노트다. 강의 제목은 〈현대수사학〉, 〈현대시록〉 등이다.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의 말이다.
"전시 준비를 서두르다 보니 미처 도록에 넣지 못한 자료들도 전시하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추석의 긴 연휴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도록을 남기기 위해 영인문학관 소장품 위주로 한 것도 아울러 알려드린다. 이런 귀중한 자료들을 기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