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과 화가, 서예가의 명품 선면화(扇面畵)를 모은 전시회가 4월 21일부터 5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일요일 월요일 휴관)이다.
선면화는 부채 위에 그린 그림을 말한다. 굳이 설명하면 부채그림 부채에 그림을 그린 것은 화선(畵扇), 글씨를 쓴 것은 서선(書扇)이라 부른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서화선(書畵扇)은 시·서·화(詩書畵)가 하나 되는 예술적 특성을 지닌다. 이번 전시는 전통의 흐름 위에 오늘과 내일의 한국적 미(美)와 문학을 탐색한다.
변종하, 천경자, 서세옥, 이종상, 김병종 등의 정상급 화가와, 박종화, 김동리, 김상옥을 선두로 하는 원로 문인들, 김충현, 김제인, 송성용 등 정상급 서예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명품 서화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가들의 부채가 보는 부채라면 문인과 서예가들의 부채는 읽는 부채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시(詩)의 한 구절이 빛을 발하고, 소설의 한 대목이 클로즈업 되여, 문학의 정수를 인상 깊게 각인시킨다.
동글동글한 한글로 지면을 채워놓은 송영의 부채를 보고 있으면, 붓이 아니어도 선면에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김단희씨의 한글 부채도 유니크하다. 검은 한글 글자만으로도 그림이 생겨나는 요지경이다.
평론가 이어령이 “닭은 울지 않는다. 다만 빛을 토할 뿐이다” 라는 글귀를 쓰고 화가 이석조가 닭그림을 그린 부채를 만날 수 있다.
사진=영인문학관 제공
또 소설가 박완서가 “나에게 말을 몇 필 다오. 올해의 첫배가 갖고 싶소……” 라는 글을, 화가 김점선이 대담한 필치로 붉은 말을 그린 부채는 문학과 미술이 한 자리에서 어떻게 조화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인 부채의 절정은 김상옥의 대선(大扇)이다. 시인은 거기에서 부채 미학의 정수를 보여 주면서 검은 먹으로 쓴 화면을 자신이 좋아하는 명시들로 엮은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명품들이 너무 많다. 색채와 먹과 시구가 혼연히 하나를 이루면서 각기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유니크한 작품들이 너무 많다.
강인숙 관장의 말이다.
“서화선에는 시가 있다. 압축된 시적 표현이 부채라는 제한된 지면 속에서 빛을 발한다. 서화선에서는 글씨체의 개성적 아름다움이 한껏 드러나며, 서화선에는 그림이 있다. 부채그림의 독특한 문법이 있고, 부채살의 저항을 받으며, 그어진 선과 색의 특이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방에는 4년 전에 돌아가신 시인 추은희(1931~2019) 선생의 방이 소개된다. 손때 묻은 가구들과 집기들을 통하여 한 예술가의 생존시의 모습이 재생된다. 정열적인 시인 추은희가 들여다보이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참여 작가는 아래와 같다.
* 시인 : 구 상, 김구용, 김남조, 김상옥, 김영태, 김지하, 김화영, 박두진, 서정주, 성춘복, 윤후명, 이근배, 이제하, 임성조, 장석남, 정진규, 정한모, 조병화, 최승범, 한승헌, 함혜련, 홍윤숙
* 소설가 : 김동리, 김승옥, 김홍신, 박경리, 박완서, 박종화, 서기원, 손소희, 송 영, 송지영, 오영수, 오정희, 유현종, 조정래, 최인호, 한무숙
* 학자와 수필가 : 김진악(수필), 조경희(수필), 어효선(아동문학), 이가원(국문학)
* 서예가 : 고임순, 김단희, 김상필, 김양동, 김정동, 김제인, 김충현, 전종주, 진학종
* 화 가 : 금동원, 김구림, 김병종, 김원숙, 김점선, 김주상, 김창열, 박생광, 박인경, 박정자, 방혜자, 변종하, 서세옥, 신금례, 신성희, 심정수, 오수환, 오승우, 이경석, 이두식, 이만익, 이 반, 이석조, 이석주, 이승택, 이왈종, 이응노, 이정규, 이정지, 이존수, 이종상, 장 완, 천경자, 최영림, 파올로 디 카푸아, 허 건, 황주리
* 예술가 : 만봉스님(단청), 박정자(단청), 성옥희(섬유공예)
[전시] 부채에서 만나는 한국적 美와 귀한 문장들
4월 21일부터 영인문학관에서 문인과 화가, 서예가의 선면화(扇面畵)전
글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문인과 화가, 서예가의 명품 선면화(扇面畵)를 모은 전시회가 4월 21일부터 5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일요일 월요일 휴관)이다.
선면화는 부채 위에 그린 그림을 말한다. 굳이 설명하면 부채그림 부채에 그림을 그린 것은 화선(畵扇), 글씨를 쓴 것은 서선(書扇)이라 부른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서화선(書畵扇)은 시·서·화(詩書畵)가 하나 되는 예술적 특성을 지닌다. 이번 전시는 전통의 흐름 위에 오늘과 내일의 한국적 미(美)와 문학을 탐색한다.
변종하, 천경자, 서세옥, 이종상, 김병종 등의 정상급 화가와, 박종화, 김동리, 김상옥을 선두로 하는 원로 문인들, 김충현, 김제인, 송성용 등 정상급 서예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명품 서화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가들의 부채가 보는 부채라면 문인과 서예가들의 부채는 읽는 부채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시(詩)의 한 구절이 빛을 발하고, 소설의 한 대목이 클로즈업 되여, 문학의 정수를 인상 깊게 각인시킨다.
동글동글한 한글로 지면을 채워놓은 송영의 부채를 보고 있으면, 붓이 아니어도 선면에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김단희씨의 한글 부채도 유니크하다. 검은 한글 글자만으로도 그림이 생겨나는 요지경이다.
평론가 이어령이 “닭은 울지 않는다. 다만 빛을 토할 뿐이다” 라는 글귀를 쓰고 화가 이석조가 닭그림을 그린 부채를 만날 수 있다.
사진=영인문학관 제공
또 소설가 박완서가 “나에게 말을 몇 필 다오. 올해의 첫배가 갖고 싶소……” 라는 글을, 화가 김점선이 대담한 필치로 붉은 말을 그린 부채는 문학과 미술이 한 자리에서 어떻게 조화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인 부채의 절정은 김상옥의 대선(大扇)이다. 시인은 거기에서 부채 미학의 정수를 보여 주면서 검은 먹으로 쓴 화면을 자신이 좋아하는 명시들로 엮은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명품들이 너무 많다. 색채와 먹과 시구가 혼연히 하나를 이루면서 각기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유니크한 작품들이 너무 많다.
강인숙 관장의 말이다.
“서화선에는 시가 있다. 압축된 시적 표현이 부채라는 제한된 지면 속에서 빛을 발한다. 서화선에서는 글씨체의 개성적 아름다움이 한껏 드러나며, 서화선에는 그림이 있다. 부채그림의 독특한 문법이 있고, 부채살의 저항을 받으며, 그어진 선과 색의 특이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방에는 4년 전에 돌아가신 시인 추은희(1931~2019) 선생의 방이 소개된다. 손때 묻은 가구들과 집기들을 통하여 한 예술가의 생존시의 모습이 재생된다. 정열적인 시인 추은희가 들여다보이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참여 작가는 아래와 같다.
* 시인 : 구 상, 김구용, 김남조, 김상옥, 김영태, 김지하, 김화영, 박두진, 서정주, 성춘복, 윤후명, 이근배, 이제하, 임성조, 장석남, 정진규, 정한모, 조병화, 최승범, 한승헌, 함혜련, 홍윤숙
* 소설가 : 김동리, 김승옥, 김홍신, 박경리, 박완서, 박종화, 서기원, 손소희, 송 영, 송지영, 오영수, 오정희, 유현종, 조정래, 최인호, 한무숙
* 학자와 수필가 : 김진악(수필), 조경희(수필), 어효선(아동문학), 이가원(국문학)
* 서예가 : 고임순, 김단희, 김상필, 김양동, 김정동, 김제인, 김충현, 전종주, 진학종
* 화 가 : 금동원, 김구림, 김병종, 김원숙, 김점선, 김주상, 김창열, 박생광, 박인경, 박정자, 방혜자, 변종하, 서세옥, 신금례, 신성희, 심정수, 오수환, 오승우, 이경석, 이두식, 이만익, 이 반, 이석조, 이석주, 이승택, 이왈종, 이응노, 이정규, 이정지, 이존수, 이종상, 장 완, 천경자, 최영림, 파올로 디 카푸아, 허 건, 황주리
* 예술가 : 만봉스님(단청), 박정자(단청), 성옥희(섬유공예)